▲ 박기영 공주시의원.

6․4지방선거가 끝난 지 벌써 한 달여가 다가오고 있다. 돌이켜 회상해보면 선거무드가 한창 달아오를 무렵, 상상치도 못했던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하여 전 국민은 경악과 혼동에 빠져들었고 선거는 마치 안개 속을 헤매는 듯 한치 앞도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세월호 추도 속에서 치러진 선거였기에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한 분위기였던 것은 좋았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에 대한 정보부재와 1인 7표제 등 많은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되어 그야말로 ‘깜깜이’ 선거였다.

특히, 지리한 기초선거 정당공천 공방 속에 지방선거가 갈수록 중앙정치판의 재연이 되거나, 지역갈등이 심화되고 후보 간의 네거티브 등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전면 개편이 필요한 시점임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20년 지방자치 선거제도를 이런 식으로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은 한층 더 명료해졌다.

또한, 이번에 처음 실시된 사전투표는 투표율을 다소 높이는 효과를 냈다지만 동시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06년부터 실시해온 기초의원선거 중선거구제의 문제점이 이번 선거를 계기로 더 극명하게 나타났다.

충청남도의 경우 기초의회의원 선거구수는 모두 55개소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의 경우 ‘1-가’의 기호를 부여받고 선거를 치른 후보 중 52명이 당선되었고 3명이 낙선하였다. 반면‘1-나’를 받은 후보는 33명이나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했다.

‘1-가’를 받은 후보가 ‘1-나’를 받은 후보들보다 경쟁력이 있고 능력 있는 후보들이 많았을 우연한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충청북도의 경우도 48개 기초선거구중 ‘1-가’를 배정받은 후보가 46명이 당선되었고 2명의 후보만이 낙선됐다.

‘1-나’를 받고 당선된 후보는 고작 18명이었으니, 우연이었다고 단정하기엔 영 석연치 않다.

자질과 능력이 부족하거나 경쟁력에서 뒤져 선택을 받지 못하였다면 얼마든지 달게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능력도 경쟁력도 아닌 단순히 기호를 잘못 배정받아 4년간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된다면 그 억울함을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국회의원들도 그런 억울함까지 감수하며 정치를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지 감히 묻고 싶다.

기초의원선거는 지역의 일꾼을 선출하여 그들로 하여금 집행부의 독주를 견제하고 주민과의 소통을 통하여 지역발전과 주민의 행복을 추구해 나가고자하는 제도이다.

지난 4년간의 의정활동을 통해 경험한 바로는 중선거구제도는 기초의회의 갈등과 반목 그리고 예산낭비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결국 기초의원선거의 중선거구제도는 중앙정치인들의 단순한 숫자놀음일 뿐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진정 올바른 지방자치제도를 실현하고자한다면 기초의원선거 중선거구 제도를 당장 폐지하고, 소선거구제로 환원해야한다.